MY SILENT PLACE

좋은 선물

The9 2010. 4. 2. 16:34

좋은 선물이란 무엇인가?

예전에 읽었던 글에서(출처가 기억이 안난다 -_-)

좋은 선물을 수식으로 표현한 것이 있었다.


기억나는 대로 써보자면

'선물의 가치(Value)' = '상대방의 필요도(Need)' x '의외성(unexpected)' / '가격 (cost)'

이 정도로 표현이 가능하겠다.


물론 여기에는 얼마든지 이견이 있을 수 있고,

특히 가격이 음의 상관 관계를 가진다는 것은

주는 사람의 입장과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미묘한 요소라고 할 수 있겠지만.


여튼 이런 간단한 수식으로 꽤나 그럴싸하게 좋은 선물의 특징을 표현한 점에서

아직까지 내 기억속에 남아있는 것 같다.


위의 사진 속에 있는 사인 볼이 바로 그런 선물이었다.


내가 본과 4학년 때, 국시를 한달 정도 앞둔 시점에서

방대한 의학 공부,

그 중에서도 스트라이크와 볼을 감별하는 선구안을 최대한 발휘한다고 하더라도

스트라이크 성(즉, 국시에 빈출되는 족보 문제들) 공들만 골라 치려고 해도

그 중압감에 질식되는 그런 시점에서

현재 청운의 뜻을 안고(!), 이화여대 부속 목동 병원(!)에 홀홀단신 올라간

당시 본과 2학년이던 박은수 군에게서 연락이 왔다.

형한테 줄게 있다고.


그 때 받았던 이 선물은,

당시 소아암 환우 돕기 행사를 위해 우리 병원에 온 이대호 선수의 사인 볼이었다.

'형, 국시 홈런치세요'


결론 부터 이야기 하자면 난 국시에 홈런을 치진 못했으나...

(가만히 생각해봐도 의과 대학 6년간 홈런을 칠 수 있는 기본기를 쌓아왔다기 보다는,

번트를 대든 단타를 치든, 상대편의 에러로 출루를 하든 하여간 출루율만 높은 타자였던 것 같다)

이 선물은 꽤나 감동을 주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선물이 되었던 것이다.


다시

'선물의 가치(Value)' = '상대방의 필요도(Need)' x '의외성(unexpected)' / '가격 (cost)'

이 수식에 비추어 보자면,

굉장히 이 선물은 의외였었고,

가격은 저렴하였으며,

논란의 여지가 있으나 당시 힘든 내 마음에 홈런 볼이 되어줬다는 점에서 필요도도 높다고 판단한다면

진실로 가치있는 선물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사진을 정리하다,

박은수 군도, 그가 준 선물도 모두 기억이 나는 김에 포스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