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ILENT PLACE

질투는 나의 힘

The9 2009. 2. 5. 00:42


'Starry Night - by Ricoh, GRD'


                          
질투는 나의 힘

                                     
기형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가끔 지나가다 마주친 시에

뭔지 모를 위안을 얻는다.



29세의 일기로,

심야영화관에서 뇌졸중으로 사망한 천재시인.

그가 남겨둔 짧은 글.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이런 임팩트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