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photo.naver.com/view/2008050515482076408
Photographer : 이상 님 <도용으로 인한 문제시 삭제하겠습니다>
4년차가 되고, 허둥대면서 뭔가 한가지씩 깜빡하는 나사풀린 생활에서 오늘의 당첨제비는 휴대폰이었다.
전공의 생활을 하면서, 어림잡아 하루 평균 70통 이상의 전화를 받던 내가 휴대전화가 없이 거의 하루를 보낸다?
그리 생각하고보니 묘한 만족감, 그리고 나태해진 모습에 대한 자아비판 등 만감이 교차했다.
다행히 책 한권을 외출하면서 들고나와 뒤적거리다 이런 구절을 만났다.
'학인(절의 강원에서 불교를 공부하는 스님) 시절은 평생 수행을 하는 데 기초를 다지는 기간입니다.
시작이 매우 중요합니다. 앞으로 어떤 수행자가 될 것인지 스스로의 길을 마련하는 때입니다.
또 출가한 지 오래되면 안이해져서 직업적인 중처럼 때가 묻습니다.
직업적인 중이 되지 않으려면 이 기간동안 청정한 출가의 뜻을 지니고, 매 순간 출가 수행자답게 살아야합니다.
자신이 하는 말과 행위가 과연 출가 수행자다운 것인지 수시로 점검해야 합니다.'
- 일기일회 '법정 스님'
비단 스님의 이야기이랴.
모든 직종에 다 적용이 되겠지만 우리들에게 맞추어 조금 구절을 바꿔보자면,
'전공의 시절은 평생 의료를 행하는 데 기초를 다지는 기간입니다.
시작이 매우 중요합니다. 앞으로 어떤 의사가 될 것인지 스스로의 길을 마련하는 때입니다.
또 수련을 받은 기간이 오래되면 안이해져서 직업적인 의사처럼 때가 묻습니다.
직업적인 의사가 되지 않으려면 이 기간 동안 청정한 의료의 뜻을 지니고, 매 순간 의료 수행자답게 살아야합니다.
자신이 하는 말과 행위가 과연 의료 수행자다운 것인지 수시로 점검해야합니다.'
물론 나 역시 이 글앞에 온전히 떳떳할 수 없는 사람이며,
의사는 직업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동료에게도 너는 틀렸어 라고는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합당하지 못한 대우에다 피곤에 쩔어 고생하는 동료들이나 후배들에게 잔소리를 보태고 싶은 마음이야 전혀 없다.
하지만 수련 기간 중에 마냥 안이해져서,
'직업적인 의사'라는 글귀에 속으로 뜨끔해지지 않기 위해서는 스스로 고민을 할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