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1. 5. 22:59

부끄럽다고 해야할지 자랑스럽다고 해야할지



아침 회진이 끝나고,
병원 매점에서 떡볶이와 라면을 먹고
병동에 올라와서 오늘 진행될 검사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두 층 위에 있는 나의 당직실로 올라와서
다다음주로 다가온 내과 초독...
만성 신부전 환자에서 관찰되는 혈관의 석회화와 관련된 논문을 읽다가
깜빡 잠이 들었습니다.

잠이 잠을 부른다고,
오늘은 유달리도 피곤하고
일어나지 못하겠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좁은 2층 침대중에서 내가 쓰는 1층 딱딱한 매트리스가
나를 밑으로 끌어내리는 기분이었습니다.

평소에 저는 꿈을 거의 꾸지 않습니다.
친구랑 누워서 대화를 하다가도
10초만 대화가 끊겼다하면 코를 골고...
잠이 들었다하면 거의 숙면에,
꿈을 거의 꾸지 않고 꾸더라도 기억도 못하는 제가,
오늘은 꿈을 꾸었습니다.

꿈의 내용이 무엇일까요?
많은 분이 예측하셨겠지만
(그래봤자 하루에 10명도 안들어오는 블로그-
그 중에서도 반은 본인이 클릭...)
소녀시대 태연양이 주연으로 참여해주신
호화 캐스팅의 낮잠이었던 것입니다.

소녀시대를 좋아하긴 하지만
별로 팬이라 할 정도는 아니고
노래를 듣지도 않으며
9명의 얼굴과 이름을 구별할 수 있을 정도인
'빠돌이 첫걸음' 정도인 본인으로서는
왜 꿈에 태연양이 강림하셨는지 모를 일입니다만

여튼 그녀(들이었겠지만 머리속에 기억나는 사람은 태연 뿐이군요)가
시골에 찾아와서 겪게 되는 모험과 스릴, 그리고 음모에서
그녀를 돕고 구하는 사람이 바로 구상건 27세 -_-;;;;
꿈이라고는 하지만 일어나서도
태연양과 방금까지도 옆에 있었던 것 같은
그런 이상야릇한 기분이 들었답니다.

윤항구 선생이 얼마나 이런 꿈을 자주 꾸는지 모르겠지만
그의 여신이신 태연님을 미천한 제 꿈에 등장시켜
미안한 마음 1g 있습니다.

뱀발을 더하자면,
이상하게도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제가 구해서 안고(!) 뛰었던 것은
태연 양이 아니라 카라의 구하라 양이었는데요 -_-
역시 배나온 27세 남자가 꾸는 꿈의 치밀함이란
고작 이정도 수준인 듯 합니다.


<당직실 창밖으로 내다본 송도 바닷가. - By DP-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