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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2.09 라캉과 생톰, 남자와 이상성욕?
2013. 2. 9. 10:34

라캉과 생톰, 남자와 이상성욕?

이야기는 6년 전으로 돌아가, 내가 정신과 임상 실습(PK)이던 시절의 이야기이다.

나름대로 재미있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실습생 주제에(?) 교수님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언젠가 이 이야기를 정리해보아야겠다고 생각하던 중 다행히 10년이 지나기 전에 아침에 짬을 내어 자판을 두드리게 되었다.


물론 기억의 조작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정신과학도가 아니라 난 내과학 전공자로서 이 글을 쓰기에는 소양이 많이 부족하고,

자칫 오해를 살 수도 있는 일이라 많이 염려가 된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 보다는,

이런 비슷한 이야기를 나눴다는 정도에서 애교로 봐주시면 감사하겠다.


#

우리 병원의 정신과 교수님 중 ㅂㅅㅅ 교수님은 자타 공인의 라캉 주의자로, 

학생 때 교수님의 외래 진료에서 실습생은 환자에게 MMSE(간이 정신 상태 검사)를 수행하고

교수님의 면담을 뒤에서 참관하는 일을 했었다.


잠시 환자가 끊긴 사이에 교수님은 환각과 현실 사이의 경계에서 작품 활동을 한 작가의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 실재와 상징, 상상 간의 연결 고리를 생톰(Sinthome)이라고 라캉이 명명하였고, 

그러한 작품 활동이 그 작가의 망상 내지는 정신 분열에서 치료적 작용 내지는 증상의 악화를 억제하는 효과를 보였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 작가의 작품을 읽어보면 굉장히 어지럽고 환상적? 환각적인 경향을 보이는데

그 안에서도 작품성을 표출한다는 이야기도 들려주셨다.


* 중간에... 자크 에밀 라캉에 대한 소개는 여기에서. 아래 생톰에 대한 인용 역시 이 블로그에서. 




생톰

 

실재계, 상징계, 상상계라는 세 개의 질서를 묶는 데 기여하는 요소에 라캉은 새이름을 붙인다. 그 이름은 '생톰 sinthome'인데, 프랑스어로 증상 symptom과 성자 saint 그리고 성 토마스를 암시하는 말장난이다. 이 요소가 매듭을 짓는 기능릉 한다는 생각은 새로운 연구 과제를 추가한다. 이것이 직접적으로 건드리는 것은 발병되지 않은 정신병이라는 정신분석과 정신의학의 오랜 문제이기 때문이다.

 

" 어떤 사람들은 정신병적 구조를 갖고 있지만 발병한 정신병에 나타나는 고전적인 증상들, 예를 들어 환각 같은 것들을 겪어 본 적은 없습니다. 그들이 무엇을 했기에 정신병이 완전하게 나타나지 않는 걸까요? 광기를 피하기 위해 그들은 무엇을 했을까요?

사실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라캉에 대한 블로그 내용도 읽어보다가 스크롤의 압박 앞에 무릎을 꿇었다.




난 그 때 내 동기인 한 친구를 떠올렸다.

그 친구는 굉장히 유머러스하고, 그냥 보고 있어도 웃음이 나오는 왠지 허술하면서도 나름 위트가 있는 친구였는데,

(물론 여자 앞에서 그런 말을 하진 않았지만)

음란한 말들을 툭툭 던지면서

"내가 이런 말을 하니까 실제 현실에서 성도착적 행태를 하지 않는 억제력이 생기고 건강한 상태가 유지되는 거야"

라는 논조의 주장을 했었다.


교수님께 그 친구의 이야기를 하면서,

"그렇다면 이 친구에게서 보이는 행태 역시 생톰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라는 질문을 했다.


교수님은 딱 잘라서

"그 것은 생톰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냥 그 학우는 음란한 말을 함으로서 자신의 성욕을 해소하는 일종의 Subclinical한 이상 성애(異狀性愛)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라고 평하셨다.


그리고 잠깐 간격을 두시고는 말씀을 이어 하셨다.


"사실 대부분의 남성의 경우 정상적으로 다양한 형태의 Subclinical한 이상성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마지막 말씀이

문자적인 '있는 그대로'의 말씀이신지,

그 친구를 위한 약간의 배려이신지,

교수님도 그러하시다는(?) 일종의 자기 고백이신지

나의 정신과적, 인생적인 배움이 얕아 잘 알지 못한다.


p.s. 교수님, 불경한 말을 사족으로 달아서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