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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2. 8. 02:11

야밤에 뻘 글. 요순시대를 그리워하며.


난 사실 정치성향을 표현하는 것을 썩 좋아하지 않고, 갑론을박하는 분위기를 꽤나 불편해한다. 물론, 이게 옳은 것은 아니란 것은 나도 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다. 사실 드라마나 영화, 특히 막장드라마 류를 잘 못보는 이유가 주인공이 곤경에 처한다거나 갈등 구조를 보고 있자면 너무 불편해서 자리를 뜨고 싶은 욕구, 채널을 돌리고 싶은 욕구가 자꾸 들어서이다.  이러다보니 문제를 직면하기 보다는 피해가려는 습관이 생길까봐 스스로도 염려가 될 때도 있다.


18대 대통령 선거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우리 전문의 시험보다도 더 얼마 안남았으니 정말 이제 닿을랑말랑 할 정도이다. 그러다보니 정치적 이슈가 주요 포털 사이트 대문을 장식하고, 각종 이슈를 가지고 각 언론사에서 자신들의 논조에 맞추어 평을 싣는다. 각 기사에도 수 많은 네티즌들이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고, 때로는 그 생각을 욕지거리를 포함한 거친 말들로 포장해서 꺼내놓는다. 


그리고 최근들어 몸으로 느끼는 것은 이런 의견 피력이 '조직화'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실 요즘은 과연 '민심'이 어떤 지를, 인터넷을 보면서는 전혀 판단을하지 못하겠다. 한 사실을 놓고 '편향된 기사'와 '편향된 반응'들의 어지러운 싸움을 보고 있으면, 가끔씩 어지럼증을 느낄 정도이다.


내가 중고등학생 때는 결국엔 신선처럼 되는게 꿈이었다. 약간 도가적인 허무주의를 굉장히 멋있다고 생각했었고, 어지러운 세파에 쓸리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매력을 느꼈다. 지금은... 글쎄. 지금도 사실 적극적인 사회 참여와 투쟁보다는 한 발 물러서서 지켜보는 것을 선호하는게 내 개인적 성향임을 인정한다. (물론 의료에 있어서 '생명을 살리는 일에있어서야말로 원칙이 바로 서고, 부조리가 없어야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것을 위한 의협의 활동에 공감하고, 동참하고 있다.) 


물론 양비론에 입각한 정치 혐오는 전혀 미래의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음을 안다.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를 한다면? 물론 시켜줄 사람도 없지만, 만에 하나라도 정치를 할 일이 생긴다 치더라도 나는 능력도 없거니와, 흠이 많은 사람이라 결국 할 수가 없다. 살면서 갖은 꼼수를 쓰기도 했고, 초등학교 때 좋은 중학교 가겠다고 위장전입해서 거제 국민학교에서 수안 국민학교로 전학한 어둠의 과거가 있기에 '때때로'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국민의 열망에 부응할 수 없는 사람이다.


이런 나의 한계에 대하여 인식을 하던 중, 트위터에서 박경철 씨의 자기 소개를 보았다. 


삶: 절대!! 정치권에 발들이지 않고 내 삶을 지키되, 건강한 시민으로 살아가는 것

가치: 혼자 내딛는 천 걸음보다 천 명이 손잡고 나아가는 한걸음의 가치를 잊지 않는 것

꿈: 이 두가지를 평생 지키는 것


개인적으로 아직도 박경철 씨의 책을 읽어보지 못했다.  하지만 간간히 인터넷을 하다보면 접할 수 있는 그의 글과, 이야기를 진행하는 방식이 굉장히 젠틀하고, 나름의 철학이 정리된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여튼 박경철씨는 자기의 삶과 가치와 꿈을 위해, 안철수씨가 고군분투 할 때도 친구로서 마음 속 성원을 보내고, 대선 후보에서 사퇴할 때 위로를 했을지언정 끝까지 정치행보에는 참가하지 않았다. 전문의 시험이 끝나고나면 박경철씨의 책을 몇 권 천천히 읽어보고 싶지만, 현재까지로는 내가 보는 그의 삶과 가치, 꿈은 내가 꿈꿔오던 레퍼런스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내가 지금까지 주절주절 적은 글들은 논리적으로 빈약하고, 꼬투리를 잡자면 헛점이 너무 많은 빈약한 글임을 인정한다. 다만 이 뻘글은 나와, 블로그에 가끔씩 구경삼아 들어오는 나의 친구들이 공유하는 공간에 쓰는 나의 일기와 같은 글이다. 대선을 앞두고 비방과 음모가 난무하는 혼란 정국에서, 관련 EBS 다큐멘터리 요약을 보다가 그냥 개인적인 뻘글을 주절거리고 말았다. 물론 민주주의는 무기체가 아닌 유기체로, 모두의 관심 속에서 정반합을 보이며 진화해나갈 것이다. 하지만 백성들이 왕이 누군지도 몰랐다는 요순시대의 로망을 바라는 것을, 지나치게 비난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